11  윤리적 판단과 사회적 책임

11.1 들어가며

최근 몇 년 사이, 기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는 단순한 법적 준수 수준을 넘어서 윤리적 판단과 사회적 책임의 적극적 이행까지 확대되었다. 과거에는 규제 회피와 이익 극대화가 주요한 경영 논리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는 비윤리적 행위가 장기적 리스크로 간주되며,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기업의 도덕적 정체성을 전략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스타벅스는 홍콩 시위 당시 중국 내에서 정치적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이콧 대상이 되었고, 반대로 나이키는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후 특정 시장에서는 외면을 받았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이처럼 기업의 윤리적 판단은 더 이상 비즈니스 외적인 선택이 아니라, 시장 내에서의 포지셔닝 전략과 직결된다.

윤리와 전략은 독립적인 두 영역이 아니다. 예컨대, 테슬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스코어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평가를 받아왔지만, 노동권 문제, 인종 차별 소송, CEO의 트위터 발언 등 윤리적 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하며 평판과 기업 가치에 타격을 입었다. 반대로, 파타고니아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환경보호 활동에 사용하고, 전통적인 광고 대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통해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해왔다. 이들은 윤리성을 경쟁우위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기업의 윤리적 의사결정은 다음 세 가지 축에서 이루어진다. 첫째, 거버넌스(지배구조)를 통해 조직 내부의 견제와 균형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내부 고발 시스템, 독립적인 이사회, 이해관계자 참여 구조는 윤리적 일탈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방어선이 된다. 둘째, 기업 윤리 강령과 규정 준수 시스템이 실제 의사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단순히 문서화된 정책이 아니라, 직원 교육, 윤리적 딜레마 시뮬레이션, 관리자 인센티브 시스템에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책임(CSR, ESG) 활동이 전략적 PR이 아닌 핵심 가치로 작동해야 한다. 가령, 공급망에서 아동 노동이 발견되었을 때 즉각적인 계약 중단과 대안 조치가 가능해야 하며, 이는 단기 손실보다 장기 신뢰를 지향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반영한다.

최근의 글로벌 트렌드도 주목할 만하다. 유럽연합은 2024년부터 CSRD(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를 통해 대기업에 비재무적 리스크와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미국의 SEC 또한 기후 리스크 공시를 의무화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는 더 이상 윤리와 지속가능성이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 조건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비윤리적 행위의 숨겨진 비용은 결국 드러난다. 노르웨이 연기금이 윤리적 이유로 삼성물산과 포스코를 투자 목록에서 제외한 사례, 중국의 위구르 인권 탄압과 연관된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된 사례는 모두 그 반증이다. 사회는 더 이상 기업의 실패를 시장의 실패로 간주하지 않는다. 책임은 해당 기업의 몫이며, 그 비용은 주가 하락, 브랜드 훼손, 법적 제재, 인재 이탈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윤리는 전략의 반대편이 아니라, 전략의 구조적 기반이다. 윤리적 리더십은 조직의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작동해야 하며, 매출을 올리는 결정이 아닌, 신뢰를 구축하는 결정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경쟁력은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법망을 회피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기대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그 기준을 선도함으로써 만들어진다.

11.2 사회적 미션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

21세기 기업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화두는 “가치 중심 경영”이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 행동이 변화하면서, 단순한 가격과 품질이 아닌 기업의 철학과 사회적 임무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 자체를 사회적 개입의 수단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다.

사회적 기업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사업 모델 자체에 사회적 기여를 내장하고 있다. 신발을 팔아 수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의료·교육·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는 기업이 주주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이해관계자로 간주하는 Stakeholder Capitalism의 전형이다.

가장 최근에 이 모델을 새롭게 확장한 예로는 Warby Parker의 시력 접근성 프로그램, Allbirds의 탄소 발자국 제로 정책, 그리고 Tony’s Chocolonely의 아동 노동 (특히, 노예 노동) 없는 초콜릿 공급망 구조가 있다. 이들은 단순한 CSR을 넘어, 제품의 생산·유통·판매 전 과정에 윤리적 기준을 삽입하고 있다. 특히 Tony’s Chocolonely는 초콜릿 시장에서 가장 어두운 현실인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농장 아동 노동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공정무역 인증을 넘는 자체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실제 행동과 괴리되는 경우도 많다. 2023년, H&M은 “친환경 패션”이라는 캠페인으로 비판을 받았는데, 외부 감사 결과 상당수 제품이 실제로는 기존 공정과 다르지 않았고, 공급망에 여전히 착취적 계약과 비인간적 노동 환경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전략이 아니라 그린워싱(greenwashing)으로 간주되어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다.

사회적 기업의 성장은 단순히 도덕적 만족을 넘어서 브랜드 충성도, 재구매율, 미디어 파급력 등의 핵심 비즈니스 지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소비자 조사에서 약 60% 이상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브랜드는 구매하지 않겠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행동 변화로도 이어졌다. ESG 펀드로 분류된 자산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자산 운용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기업 가치 산정의 새로운 기준이 수익성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조직 내부 문화에도 깊이 침투하고 있다. 윤리적 사명을 갖고 일하는 직원은 이직률이 낮고, 혁신성과 팀워크 지수가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는 AI 연구 과정에서 ’사회적 해악을 유발할 수 있는 기술은 절대 상용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채택했으며, 이를 어긴 내부 보고서 유출 사건은 조직 내 갈등을 넘어 기술윤리에 대한 글로벌 담론으로 확산되었다.

기업은 더 이상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답을 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단순한 법적 준수를 넘어, 윤리적 판단과 사회적 임무를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에 두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시장 환경의 구조적 전환이다.

여기서 핵심은 단지 기부나 친환경 제품이 아니다. 기업이 본질적으로 어떤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수익 구조와 통합했는가가 전략의 중심축이 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기업은 단순히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신념을 공유하는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 전략은 이념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윤리 없는 전략은 결국 시장에서 도태된다.

11.3 선한 기업

11.3.1 기업 스캔들과 규제의 역사

비즈니스 세계에서 윤리적 실패는 단순한 평판 손상을 넘어, 수천억 원의 손실과 산업 전체의 신뢰 붕괴를 초래한다. 연예계의 스캔들이 오히려 당사자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업 스캔들은 직원, 주주, 고객, 전체 경제 시스템에 연쇄적인 피해를 입힌다. 기업의 탐욕이 불러온 대형 스캔들은 자본시장의 본질적 결함을 드러내고, 그 결과로 규제의 손길은 더욱 거세진다.

2000년대 초, 미국은 회계 조작과 내부 통제 실패로 인한 대형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며 충격에 빠졌다. 당시 에너지 기업 엔론은 복잡한 특수목적법인(SPE)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부채를 숨기고, 실체 없는 수익을 회계에 반영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경영진은 내부 직원들이 자사주를 팔지 못하게 한 반면, 자신들은 주식을 고점에서 매각하며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740억 달러의 주주 손실과 2만여 명의 일자리 손실, 그리고 외부 감사를 맡았던 아서앤더슨 회계법인의 해체는 시스템적 실패의 상징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 월드컴은 통신망 투자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해 수익을 조작했으며, 그 결과 3만 명 이상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고, 투자자들은 1,800억 달러를 잃었다. 타이코의 CEO는 1억 5천만 달러를 횡령하고, 사치스러운 사적 파티에 회사 자금을 사용하는 등 기업 자산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했다. 이들 사건은 모두 기업 내부 통제, 감사, 이사회의 감독 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여 2002년 미국 의회는 사베인스-옥슬리법(SOX, Sarbanes-Oxley Act)을 통과시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 법을 “루즈벨트 이후 미국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개혁”이라 불렀다. SOX는 단순한 규제 강화에 그치지 않고, 기업 거버넌스의 본질을 바꾸는 전환점이었다.

이 법은 회계법인에 대한 독립적 감독기구(PCAOB)를 신설하고, CEO와 CFO에게 재무제표의 정확성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부과했으며, 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이 컨설팅 서비스를 병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분식회계, 문서 폐기, 내부자 거래, 세무 조작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사 처벌이 대폭 강화되었고,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이해상충 방지, 대규모 금융 거래에 대한 SEC의 긴급 동결 권한이 도입되었다. 핵심은 단 하나다. “무지”는 더 이상 면책 사유가 아니다는 원칙을 제도화한 것이다.

하지만 SOX 이후에도 기업의 탐욕은 멈추지 않았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는 고위험 부동산 파생상품(CDO)을 대규모로 유통시키면서도, 자기 포지션의 리스크를 숨겼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수천만 명이 집과 일자리를 잃었다. 같은 해, 버나드 마도프는 수십 년간 6천억 달러에 달하는 폰지 사기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스캔들은 계속됐다. 폭스바겐은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시험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친환경차인 척하며 수백만 대를 판매했다. 우버는 사내 성희롱을 방조하고, 경쟁사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했으며, 애플은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사실이 폭로되며 고소를 당했다. 페이스북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을 통해 수천만 명의 이용자 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판매한 사실이 드러났고, 제약사 퍼듀 파마는 오피오이드 중독을 조장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위험성을 은폐했다.

이 모든 사건의 공통점은 탐욕이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윤리와 법을 훼손하고, 그 대가는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치른다는 것이다. 기업은 더 이상 “걸리지 않으면 된다”는 태도로 운영될 수 없다. 오늘날의 시장은 고도로 연결되어 있고, 시민사회는 점점 더 감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단지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그 이윤 창출 과정에서 사회에 책임을 지고 있는가. 사베인스-옥슬리법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새로운 규제 문서가 아니라, 기업의 리더에게 윤리적 책임과 제도적 감시를 수용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재설계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투명성과 책임, 그리고 윤리적 리더십은 전략의 선택지가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되었다.

11.3.2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

과거에는 기업 윤리가 ’선택적 도덕성’의 문제로 간주되었지만, 이제는 전략의 중심축이자 이해관계자 기반 경쟁우위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2000년대 초 대형 회계 스캔들과 금융 위기를 거치며 기업의 투명성과 정직성은 더 이상 부차적인 항목이 아니게 되었다. 이후 ESG와 CSR은 단순한 명분이 아니라, 위험 관리, 브랜드 가치 제고, 인재 확보, 투자 유치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오늘날 대기업들은 윤리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 통제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내부고발자 보호법과 투명한 신고 시스템은 기업 구조 내에서 윤리적 경고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애플은 2023년부터 공급망 내 인권 침해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여, 협력업체 선정 시 윤리 리스크를 정량화해 계약조건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단순히 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리스크 자체를 경영 성과와 연결한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 윤리 강령은 빈 껍데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페이스북(현 메타)의 행동 강령은 수십 페이지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정보 보호 침해, 알고리즘 편향, 정치적 중립성 훼손 등 반복되는 윤리적 위반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윤리가 문서화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윤리적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진정한 윤리경영은 강령이 아니라 실행 구조와 보상 시스템에 내장되어야 한다.

기업들은 이제 윤리적 리스크를 단지 법률 위반이 아니라 브랜드와 가치, 나아가 기업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리 및 규정 준수 책임자(Chief Ethics & Compliance Officer)’라는 직책이 대기업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기업들은 전사 차원의 윤리 교육, 시뮬레이션 훈련, 행동 예측형 모니터링 시스템까지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는 2022년부터 AI 기반 행동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특정 부서에서의 비정상적 의사결정 패턴을 조기에 탐지하고 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이윤을 넘어 사회에 환원하려는 노력의 제도화된 형태다. CSR은 이제 더 이상 ’착한 기업 마케팅’의 수단이 아니라, 전략적 가치창출과 조직 정체성의 핵심 구성요소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CSR의 주요 흐름은 ’트리플 바텀 라인’으로 집약된다. 이는 수익(Profit), 사람(People), 지구(Planet)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기업 성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는 커피 농장 노동자의 복지, 환경 보호, 지역사회 기부 활동을 동시에 고려한 공급망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유니레버는 전 세계 시장에서 공공보건·위생·기후변화 대응을 브랜드 전략에 통합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활동이 실제로 브랜드 선호도와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CSR은 자선이 아니다.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략적 인식의 결과다. 실제로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일수록 장기 주가 수익률이 높고, 인재 이탈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그러나 CSR 역시 피상적인 캠페인에 그칠 경우 역풍을 맞는다. ’착한 소비’를 이용한 그린워싱, 소셜워싱 사례가 반복되면서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 행동의 진정성(authenticity)을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있다. 단순한 홍보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급망 데이터, 제3자 감사 결과 등 실증적 근거가 요구된다.

결국, 윤리와 CSR은 리스크 관리 전략이자, 시장에서의 장기 생존 전략이다. 고객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에 담긴 기업의 철학을 구매하고 있다. 이제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윤리적 신념이 아니라, 윤리를 실천 가능한 조직 설계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11.4 기업 지배구조

11.4.1 이사회의 역할

오늘날 CEO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못지않은 연봉과 영향력을 누리고 있지만, 그들을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이사회(Board of Directors)에 있다. 이사회는 단순한 감시 기구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성장, 그리고 윤리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핵심 제도적 장치다. 기업 지배구조의 중심에서 이사회는 전략적 자산이다.

이사회의 역할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단순한 재무 승인이나 경영진 평가를 넘어선다. 이사회는 기업의 전략 수립, 리스크 감시, 이해관계자 대변, 윤리적 경영 강화, CEO 평가와 해임 등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한다. 이사회가 실패하면 경영 실패는 물론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린다. 실제로 웰스파고의 2016년 유령계좌 사건에서는 이사회가 판매압박 문화를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한 책임이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이사회의 구성이 기업 지배구조의 질을 좌우한다. CEO는 종종 자사의 사업에 정통한 ‘내부자’ 중심의 이사회를 선호하는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외부 인사가 포함된 독립적 이사회를 요구한다. 이사회가 CEO의 의사결정을 감시하기보다 묵인하는 ’고무도장 이사회(rubber-stamp board)’가 될 경우, 기업은 내부 견제 없이 오너십과 경영권의 분리를 방치하게 된다. 이러한 대리인 문제(agent problem)는 기업 내에서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구조적 리스크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CEO 이중직’ 구조다. 이 구조는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며, 책임 회피와 정보 비대칭성을 심화시킨다. 2020년 골드만삭스는 CEO 겸 이사회 의장 구조에 대해 기관투자자들의 압력으로 분리를 선언했고, 애플 역시 팀 쿡에게 이사회 의장직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사회 의장은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하며, CEO는 감시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이사회가 적극적인 전략 자문자 역할을 할 때, 기업은 극단적 실패를 피할 수 있다. BP의 딥워터 호라이즌 유출 사고 이후, 이사회가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 탐사 강행을 승인한 것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반대로, GE의 잭 웰치 시절 이사회는 핵심 자산 매각과 인수 전략에 명확한 기준과 이견을 제시함으로써, 기업 확장을 안정적으로 조율할 수 있었다. 좋은 이사회는 단지 ’승인하는 존재’가 아니라 ’질문하는 존재’다.

이사회는 단지 주주만을 대변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시대에서, 이사회는 고객, 지역사회, 공급망 파트너, 환경, 그리고 내부 직원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ESG 프레임워크가 확산되면서, 이사회의 역할은 이제 재무성과뿐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윤리성까지 평가 대상이 된다.

실제로 2021년, 네슬레는 팜오일 공급망의 환경파괴 문제가 NGO에 의해 폭로되었고, 이사회 차원의 ESG 위원회 구성을 요구받았다. 테슬라의 경우, 인권 및 노동권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비판받으면서 이사회 내 다양성 부족과 내부 감시 기능의 부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이사회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회계 감사자, 법률 감시자, 전략 자문가, 윤리 수호자, 리더십 평가자, 이해관계자 대변자, 위험 감시자, 자본시장의 신뢰 창출자. 실패한 이사회는 치명적이고, 잘 구성된 이사회는 전략적 자산이다.

기업 지배구조는 정적 구조가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해관계자 환경과 리스크, 그리고 사회적 기대에 따라 이사회 구조와 역할도 재설계되어야 한다. 이제 기업의 성패는 단지 CEO의 능력보다, 이사회의 감시·견제·지지 능력에 달려 있다.

11.4.2 CEO 보상은 정당한 대가인가, 통제 실패의 증상인가

CEO 보상 문제는 단순한 급여 수준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의 질과 대리인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CEO는 기업의 상징이자 전략의 최종 책임자이며, 수십억 달러의 자산과 수만 명의 직원이 그의 의사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우수한 리더에게 경쟁력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보상이 어떻게 결정되며, 어떤 기준과 감시 하에 운영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은 종종 CEO를 ’희소한 자산’으로 간주하며, 시장 논리에 따라 보상을 정당화한다. 실제로 일부 CEO는 특정 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구하거나, 획기적인 성장 전략을 통해 기업 가치를 수직 상승시킨 사례도 있다. 예컨대, 인텔의 앤드류 그로브는 기술 혁신과 구조 개혁을 통해 반도체 시장의 지배적 위치를 확보했으며,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돌아온 이후 기업을 재창조했다. 이들은 보상의 크기가 아니라, 보상의 정당성을 시장에 입증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CEO가 이러한 급진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비정상적으로 높은 보상과 특혜를 받는 구조에 있다. 2023년 기준, 미국 S&P 500 기업의 평균 CEO 보상은 일반 근로자의 272배였으며, 이는 독일(136배), 일본(67배), 노르웨이(45배) 등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히 임금 문제를 넘어 조직 내 정당성과 사회적 불평등 인식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보상의 구조와 동기가 기업의 장기적 가치 창출과 연결되지 않고, 단기 성과, 주가 부양, 자사주 매입과 같은 숫자 맞추기 게임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많은 CEO 보상은 스톡옵션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단기 주가 상승을 목표로 하는 리스크 과잉 행동을 유도한다. 실제로 일부 CEO는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키우고,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린 뒤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거액의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행동이 주주의 장기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보상 자체보다 더 심각한 것은 CEO에 대한 불합리한 특전(perks) 체계다. 일부 CEO는 회사 자금으로 개인 휴가, 보안 경호, 자녀 학비, 개인 전용기 운영 등 일반 직원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때로는 이사회조차 해당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예컨대, 한 글로벌 소매기업 CEO는 매년 3백만 달러에 달하는 전용기 이용료를 회사로부터 지원받았으며, 별도의 명확한 공개 기준 없이 집안 수리비나 사적 여행 비용까지 경비 처리한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이사회의 감시 실패와 대리인 문제(agent problem)의 전형이다. CEO가 조직의 장기적 가치를 고려하기보다, 자신의 단기적 보상 극대화를 위해 결정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이미 통제 메커니즘이 붕괴된 것이다. 이사회는 CEO의 연봉 인상안을 승인할 권한이 있지만, 그것이 정당화되는지 따질 책임도 동시에 갖는다. 특히 이사회가 CEO와 가까운 내부 인물로 구성되어 있거나, 독립성이 결여된 경우 이러한 보상구조는 통제되지 않는다.

더욱 미묘한 문제는 CEO 본인이 자신의 의사결정을 ’객관적이고 기업에 유익한 방향’이라 인식하면서도, 내면 깊은 곳에서 보상과 유산에 대한 욕망이 판단을 왜곡시키는 경우다. 이는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개인이 합리화할 수 있는 윤리적 회색지대에서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이사회는 단지 ’얼마를 줄 것인가’가 아니라, ’왜 그것이 정당한가’를 설계하고 감시해야 하는 기능적 책임을 져야 한다.

궁극적으로 CEO 보상은 기업 전략, 조직문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구조를 반영하는 거버넌스의 거울이다. 공정성과 정당성 없는 보상 구조는 내부 인재의 동기를 훼손하고, 외부 투자자의 신뢰를 붕괴시키며, 궁극적으로 기업의 장기 생존력을 약화시킨다. CEO에게 중요한 것은 보상의 액수가 아니라, 그 보상이 조직과 사회에 어떻게 해석되는가이다.

11.4.3 인수합병(M&A) 시장은 기업 지배구조의 마지막 심판자다

자본시장에서 기업의 가치는 끊임없이 평가받는다. 그중에서도 기업 지배구조의 실패는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시장에 의해 응징당한다. 기업의 주가가 오랜 기간 정체되거나 하락세를 보일 때, 이는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니라 경영진의 전략 무능, 자원 오배분, 또는 내부 통제 실패를 의미할 수 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인수합병 시장, 즉 ’기업 지배구조 시장(market for corporate control)’이다.

경영진이 기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주주 가치를 훼손하면, 외부 투자자나 다른 기업이 지배권을 빼앗는 방식으로 개입하게 된다. 이러한 시도는 종종 적대적 인수(hostile takeover)로 전개되며, 표적 기업의 이사회나 CEO는 격렬히 저항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한 경영진은 스스로를 지킬 명분도, 수단도 없다.

대표적인 사례는 2022년 트위터 인수전이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운영 방식과 콘텐츠 검열 정책에 불만을 표하며, 결국 기업 전체를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트위터 이사회는 포이즌 필(poison pill) 전략을 통해 일시적으로 방어했지만, 결국 협상 테이블로 끌려나왔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했다. 이 사건은 기존 경영진의 전략적 무기력과 시장 가치 하락이 외부 개입을 불러왔다는 전형적 사례다.

M&A 시장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전쟁 영화에 나오는 전술처럼 적대적이다. 기업 침입자(corporate raider), 백기사(white knight), 포이즌 필(poison pill), 그린메일(greenmail), 황금 낙하산(golden parachute) 등은 경영권 교체를 둘러싼 심리전과 제도적 공격·방어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포이즌 필’은 기존 주주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외부 인수자가 지분을 쉽게 확보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대표적 방어 수단이다. 반면, ’그린메일’은 적대적 인수자가 매입한 지분을 고가에 되사주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경영진이 기업의 자금을 동원해 스스로의 자리를 방어하는 자기보존적 행동이다.

그러나 모든 적대적 인수가 해로운 것은 아니다. 일부 사모펀드나 전략적 투자자는 실적이 부진한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과 전략 전환을 통해 회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차입매수(LBO, leveraged buyout)는 기업의 부채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인수를 실행하지만, 자산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함으로써 비효율 조직을 민첩한 기업가적 조직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블랙스톤, KKR, 아폴로 같은 사모펀드가 수십 년간 전개한 수많은 바이아웃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다만, 문제는 경영진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의 장기 가치를 훼손하는 방어 전략을 선택할 경우다. 인수를 막기 위한 포이즌 필, 자사주 매입, 황금 낙하산 지급이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고, 경영진의 자리보전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이는 기업가치 상승보다는 지배구조 붕괴의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일부 CEO는 인수 시 ’퇴직 보상금’으로 수천만 달러를 받아간 후, 조직 재편의 책임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결국 인수합병 시장은 지배구조 실패 기업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구조조정하는 시스템이다. 인수합병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전략과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은 인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시장 가치를 창출하는 중심축으로 작동한다. 반대로 이사회와 경영진이 기업의 자산을 사유화하고, 이해관계자보다 자신의 보전을 우선할 때, 시장은 인수라는 외과적 수단으로 경영진을 교체하고 지배구조를 재정렬한다.

11.5 CSR과 CSV는 전략의 핵심인가, 마케팅의 수단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더 이상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전략적 필수 요소다. CSR은 단순히 기부나 환경보호 활동을 넘어,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이에 책임을 지려는 포괄적 경영 철학을 뜻한다. 과거에는 CSR이 자선 활동이나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보완 활동’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 글로벌 시장은 CSR을 기업의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CSR의 가장 전통적인 형태는 지역사회 기부, 자원봉사, 환경 정화 등과 같은 활동이지만, 이제 기업은 탄소 배출 감축, 공급망 인권 보호, 포용적 고용 정책, 지속가능한 제품 설계 등 기업 운영 전반에 걸쳐 사회적 책임을 내재화하고 있다. 예컨대, LEGO는 전 제품 포장을 100% 재생 플라스틱으로 전환하고, 아동의 창의성 증진을 위한 교육 캠페인을 전 세계적으로 확대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매장에서 100% 윤리적 거래 원두만을 사용하며, 장애인과 이민자 채용 확대를 경영 KPI에 포함시켰다.

CSR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반론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제기한 것으로, 그는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윤 창출’이며, 기업이 자원의 재분배나 사회 문제 해결에 개입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비효율적인 경제 운영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점은 20세기 후반까지 지배적인 논리였지만, 21세기 들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CSR은 투자자의 신뢰, 고객 충성도, 인재 유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략 요인으로 재정의되었다.

특히,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프레임워크가 도입되면서 CSR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자본 유입의 전제 조건이 되었다. 2023년 기준, 유럽의 주요 연기금은 ESG 기준 미충족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의 블랙록(BlackRock)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도 기업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투자 심사 기준에 포함시켰다. 이는 CSR이 단지 사회적 정당성 확보가 아니라, 자본 비용 감소와 위험 회피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CSR의 다음 단계로 제시되는 개념이 CSV(공유가치 창출, Creating Shared Value)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는 CSR이 ’책임’에 초점을 둔 수동적 접근이라면, CSV는 기업의 경쟁전략과 사회문제 해결을 통합하는 능동적 접근이라고 주장한다. 핵심은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략적 통찰이다. 대표적인 CSV 사례는 다음과 같다.

- 네슬레는 아프리카에서 커피 농가와 협력해 품질 교육, 금융 지원, 유통망 개선을 동시에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고품질 원두 확보와 농가 수익 증대라는 쌍방 가치 창출을 실현했다.
- 유니레버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위생용품을 판매하며 동시에 공공보건 교육 캠페인을 병행, 건강 인식 개선과 시장 확대를 동시에 달성했다.
- 홈디포(Home Depot)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대상으로 DIY 교육과 자재 지원을 연계, 주택 수리와 고객 확대를 동시에 실현했다.

CSR과 CSV의 차이는 의도와 구조에 있다. CSR은 기존 이익에서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라면, CSV는 사회문제 자체를 비즈니스 기회로 재정의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하는 구조다. CSR이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응답이라면, CSV는 ’어떻게 이익과 사회적 임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하지만 CSV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부 기업은 CSV를 명분으로 실제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 상징적 행위(performative action)를 반복하거나, 사회적 문제 해결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전략을 CSV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진정한 CSR과 CSV의 구현은 투명한 성과 측정, 이해관계자 참여, 장기적 지표 관리가 수반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기업 윤리와 사회적 책임은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가 되어야 하며, 마케팅 슬로건이 아니라 경영 철학이 되어야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재무제표가 아니라, 사회로부터의 신뢰와 정당성의 지속가능성에 달려 있다.

11.5.1 기업의 사회적 성과 측정

CSR 활동은 이제 기업의 평판 관리를 넘어, 정량적이고 체계적인 평가 대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히 기부를 했느냐, 친환경 포장을 사용했느냐를 넘어서, 기업이 실제로 사회와 환경, 지배구조 영역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창출했는지를 다차원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성과(Corporate Social Performance, CSP) 평가의 핵심이다.

이러한 평가는 단순한 정성적 인상비평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 관점과 외부 감시체계 하에 투명하게 기록되고 비교 가능한 형태로 구축되는 지표 체계에 기반한다. 특히 기관투자자, ESG 펀드, 대학 연구기관, 사회적 책임 투자(SRI) 그룹은 이러한 CSP 지표를 포트폴리오 구성과 위험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대표적인 CSP 측정 시스템 중 하나가 KLD Research & Analytics에서 개발한 데이터베이스이다. KLD는 수백 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강점(strengths)’과 ’우려(concerns)’ 항목을 지속적으로 평가해왔다. 이 데이터는 ESG 분석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뿐 아니라, 사회책임 투자 지수(SRI index)나 ESG ETF의 기초 데이터로도 사용된다.

KLD는 다음과 같은 6가지 핵심 차원을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한다.

1. 커뮤니티 참여 및 사회 기여

지역사회에 대한 자선기부, 주택 지원, 교육 프로그램, 지역 일자리 창출, 원주민 권리 보호 등의 활동은 긍정적 평가 요소다. 반면, 공장 폐쇄로 인한 지역경제 악영향, 세금 회피, 인근 주민에 대한 환경위해 유발 등은 부정적으로 간주된다. 최근에는 기후 리스크로 인한 사회적 약자 피해에 대한 대응 여부도 이 항목에 포함되고 있다.

2. 다양성과 포용성

여성, 장애인, 소수 인종의 채용 확대와 이사회 및 경영진 내 다양성 비율이 중요한 지표가 된다. 고위직에 여성 비율이 낮거나, 인종차별 혹은 젠더 관련 소송 전력이 있는 경우는 CSP 점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미국 S&P 500 기업은 2024년부터 이사회 구성 다양성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며, 이를 반영한 CSP 지표가 더욱 정교화되고 있다.

3. 직원 관계와 노동 조건

공정한 보상 체계, 직원 스톡옵션, 안전한 노동 환경, 노조와의 협력관계, 유연근무제, 출산휴가 정책 등이 긍정 요소다. 반면, 고질적인 산업재해, 연금 축소, 부당해고, 노조 탄압 사례는 CSP 등급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에는 직원 정신건강 프로그램 운영 여부와 감정노동 보호 정책이 주요 항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4. 환경 지속가능성

재활용 비율, 탄소배출 감축, 대체에너지 사용, 친환경 제품 개발 등은 핵심 평가지표다. 유해폐기물 누출, 수질오염, 환경 관련 벌금 이력, ESG 리스크 공시 부재 등은 부정적 평가 요인이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탄소 중립 공급망 구축 전략으로 높은 환경 CSP 평가를 받았으며, 반대로 테슬라는 폐배터리 회수 시스템 부족으로 반복적인 환경 지적을 받고 있다.

5. 제품 품질 및 소비자 보호

제품의 안전성, 반품정책의 투명성, 소비자 권리 보호, 마케팅 윤리 기준이 중요하다. 품질 결함 은폐, 가격 담합, 거짓 광고, 개인정보 침해 사건 등은 사회적 책임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예컨대, 보잉은 737 맥스 기종의 안전성 문제 은폐가 밝혀지며, 제품 관련 CSP 평가에서 크게 후퇴했다.

6. 지배구조와 윤리 이사회 독립성, 경영진 보수 투명성, 회계 투명성, 정치 기부 공개 등이 포함된다. 내부자 거래, 회계 조작, 비상장 자회사와의 이해상충 거래 등은 거버넌스 리스크로 간주된다. 최근 블랙록,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대형 투자자들은 CEO와 이사회 의장 겸직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이 구조를 가진 기업의 CSP 점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량화된 CSP 지표는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가 아닌, 기업의 전략적 건전성과 장기 지속가능성의 신호로 작동한다. 최근 연구들은 높은 CSP 점수를 가진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회복 탄력성이 높고, 자본 비용이 낮으며, 직원 유지율과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11.6 기업윤리에 대한 과제

윤리는 법을 초과해야 한다

기업 윤리는 고정된 규칙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진화하는 사회적 기대와 도덕적 요구에 대한 실천적 응답이다. 기술의 발전,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장, 소비자 인식의 변화는 기업이 직면하는 윤리적 문제의 성격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법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법은 윤리적 기준의 하한선일 뿐 기업이 지향해야 할 상한선은 아니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수백 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페이스북(현 메타)에 광고 집행을 중단한 사건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혐오 표현 및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차단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페이스북의 조치는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지만, 사회적으로는 용인될 수 없는 무책임한 태도로 간주되었고, 결과적으로 광고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 사건은 기업의 책임이 단지 합법성 준수가 아닌 사회적 정당성(social legitimacy) 확보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기술과 윤리의 간극

AI, 빅데이터, 생명공학 등 기술 발전은 법과 윤리 사이의 시간차를 확대시키고 있다. 법은 언제나 기술을 뒤따르고, 기업은 법이 정의하기 전부터 윤리적 판단을 요구받는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AI를 활용한 채용 알고리즘에서 여성을 자동 탈락시키는 성차별적 편향이 내재된 코드가 발견되었고, 이를 문제 삼은 사회적 압박에 따라 알고리즘을 폐기했다. 법률은 이를 제재하지 않았지만, 공공 감시와 내부 비판이 윤리적 기준을 형성했다.

또 다른 사례는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 베타 서비스다. 차량이 공공도로에서 충분한 규제 없이 실험되면서, 소비자의 안전과 책임 주체에 대한 윤리적 질문이 제기되었고, 각국 정부와 규제기관은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기업이 “기술은 가능하지만, 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제기해야 한다는 점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윤리

전 세계적 가치사슬의 확장은 새로운 윤리적 도전을 낳고 있다. 공급업체의 아동노동, 임금착취, 환경오염 등은 본사 기업의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책임의 외주화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나이키, 애플, H&M 등은 과거 공급망 관리 실패로 불매운동과 글로벌 지탄을 받았으며, 현재는 지속가능한 공급망(sustainable sourcing)이 글로벌 기업 운영의 기본 요건이 되었다.

최근 EU가 도입한 기업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은 다국적 기업이 공급망 전체에 걸쳐 인권 및 환경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법제화했다. 이는 단지 법적 준수가 아닌, 윤리적 리더십의 실천을 법이 따라오기 시작한 전환점이다.

침묵도 비윤리일 수 있다

윤리적 딜레마는 명백한 불법 행위만이 아니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도 윤리적 책임으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지 여부를 두고 윤리적 비판에 직면했다. 유니클로는 “의류는 생필품”이라는 이유로 철수를 거부했다가 전 세계적인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여론에 밀려 입장을 변경했다. 반면,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는 신속하게 철수하며 윤리적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러한 선택은 법의 강제가 아닌, 이해관계자와 사회의 기대에 대한 응답이며, 이는 기업의 평판, 주가, 브랜드 충성도 등 실질적 가치에 직결된다.

사내 윤리문화의 구조화

윤리적 판단은 특정 부서의 책임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문화적 DNA로 통합되어야 한다. 코드 오브 컨덕트(Code of Conduct)는 선언에 불과하며, 실제 조직 내 윤리 판단은 일선 관리자, 팀 리더, 실무자가 일상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내부 고발 시스템(whistleblower hotline), 윤리적 의사결정 훈련, 윤리 KPI의 도입, 리더십 인센티브의 윤리 연동화 등의 시스템을 구조화해야 한다.

윤리적 사고방식은 리더십에서 시작되어 조직문화로 확산된다. 특히 위기 상황, 경쟁 압박, 모호한 판단 지점에서 핵심 가치(core value)를 실질적으로 지키는 행동이 윤리적 조직의 기준이다.

기업 윤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직의 집단적 응답이다. 윤리적 행동은 단지 합법의 여부를 넘어, 사회적 신뢰와 장기적 지속가능성의 기반이 된다.

11.6.1 피라미드 하위층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인가, 착취인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하루 $10 미만으로 살아간다. 이들을 피라미드의 최하위층(Bottom of the Pyramid, BOP)이라 부른다. 이 거대한 집단은 전통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전략 대상에서 배제되어 왔지만, 그 수요의 총합은 하나의 글로벌 시장으로 작동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잠재력이 높다.

C.K. 프라할라드와 같은 학자들은 이 집단을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기업에게는 수익의 기회이고, 사회에는 빈곤 완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BOP 시장의 접근성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크게 향상되었다.

- 이동통신 기술의 보급으로 교육, 금융 접근성이 급격히 향상되었고
- 일부 BOP 국가들은 중간소득국으로 성장하며 구매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 선진국 내 소비자들은 기업의 CSR, ESG, CSV 실천을 브랜드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이 BOP 시장에 진입할 때 취했던 전략, 특히 ‘저가격-저마진-고볼륨’ 모델은 반복적으로 실패했다. 프록터앤갬블(P&G)의 정수 파우더 ’PUR’는 공중보건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장 침투 없이 중단되었고, 듀폰의 단백질 보충제 전략도 실패했다. 그 원인은 단순히 가격이 아니라, 유통 인프라 부재, 현지 문화와 생활방식의 이해 부족, 고객 교육 실패에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전략이 착취 구조를 고착화시킨다는 비판이다. 외국계 기업이 저가 제품을 대량 판매하면서 현지 생산자와 소상공인을 대체하거나 시장에서 배제하는 경우, 이는 빈곤 완화가 아니라 경제 식민지화의 현대적 양상이 될 수 있다.

진정한 BOP 전략은 단순한 제품 공급이 아니라, 현지 참여(local embeddedness), 역량 강화(capacity building),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포함해야 한다. 유니레버의 ’Shakti 프로젝트’는 농촌 여성들을 판매 대리인으로 육성해 수입을 창출하면서도 제품 보급률을 높였다. 이 모델은 수익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동시에 실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따라서 기업은 BOP 시장에 진입할 때, 이해관계자를 소비자가 아닌 공동 창출자(co-creator)로 보아야 하며, 단순히 ’싸고 많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닌, 경제적 자율성과 지역 커뮤니티의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11.6.2 오프쇼어링은 글로벌 경쟁력인가, 노동 착취인가

오프쇼어링은 생산이나 서비스를 저임금 국가로 이전하는 전략으로, 1980년대 이후 전 세계 제조업에서 일반화된 관행이다. 미국, 독일, 일본의 대기업은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 등지에서 인건비 절감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했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은 더 싼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동반했다. 미국 내 공장들은 문을 닫고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졌으며, 지역사회는 공동화되었고, 남아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해고 위협을 무기로 한 임금 억제와 복지 축소가 반복되었다. 동시에 개발도상국에서는 오프쇼어링이 노동권 미비, 아동노동, 장시간 노동, 위험한 작업환경이라는 새로운 착취 구조를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경향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이 의료장비, 백신, 마스크, 의약품 생산까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냈고, 전략적 자립성(strategic autonomy)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EU 등은 ‘리쇼어링(reshoring)’ 또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 인식의 변화도 기업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 무역, 윤리적 소비, 공급망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윤리적 정당성과 브랜드 신뢰가 시장 경쟁력의 핵심이 되었다. 애플, 파타고니아, H&M은 공급망에서 아동노동 및 강제노동을 제거하기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일부는 블록체인을 통해 공급 이력을 추적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윤리적 오프쇼어링이 가능하다는 사례도 존재한다. Levi’s는 방글라데시 협력 공장에 성차별 방지, 산모 건강,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Nike는 동남아시아 공장의 안전 및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권 기준을 자체 강화했다. 이들은 오프쇼어링을 단순한 원가절감이 아니라, 파트너십 기반의 사회적 가치 창출 기회로 재구성한 것이다.

기업이 오프쇼어링 전략을 사용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 공급망 내 노동권 보호와 환경 기준을 계약과 감사 수준에서 강제할 수 있는 구조인가
- 글로벌 정치 리스크나 팬데믹 등 외부 충격에 대응 가능한 전략적 회복력을 확보하고 있는가
- 자국 내 고용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있는가

오프쇼어링은 윤리적 무관심이 허용되던 시대의 전략이다. 이제는 공급망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책임성을 포함한 전략 설계가 요구된다. 글로벌화의 진정한 의미는 최저임금을 찾아 떠도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신뢰를 쌓는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이다.

11.7 환경, 기후변화, 지속가능성

기후변화와 환경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특정 이해관계자나 산업에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이제는 전 지구적 차원의 생존과 기업의 전략 방향을 동시에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환경을 둘러싼 논쟁은 보통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 간의 선택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 구도는 시대착오적이며, 지속가능성은 이제 전략적 경쟁력의 원천으로 간주되고 있다.

탄소 배출 규제, 에너지 전환, ESG 투자 기준은 단지 규범이나 도덕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생존하고 자본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한 최소 조건이 되었다. 블랙록(BlackRock)과 같은 대형 자산운용사는 기후 리스크를 ‘투자 리스크’로 간주하며, 탄소 회피 전략이 없는 기업에는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 시장 접근성 자체가 지속가능성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1년 아마존은 ’The Climate Pledge’를 통해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사 물류 시스템 전반에 전기트럭 도입, 태양광 에너지 확대, 공급망 투명성 강화 등을 포함하는 전략적 변화로 이어졌고, 이는 단기 수익성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기업 가치와 평판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이 기후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낸 사례도 있다. 2022년 파키스탄의 대홍수는 섬유산업의 핵심 원자재인 면화 생산을 타격했고, 이는 H&M, 나이키, 자라와 같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공급 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물리적 기후 리스크(Physical Climate Risk)는 단지 보험료 인상이나 원가 부담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오퍼레이션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따라서 환경과 기후변화는 전략 수립 시 ’외부 변수’가 아니라, 핵심 내부 전략 요인(key internal driver)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선진 기업들은 이를 기술 혁신의 기회로 삼고 있다. 테슬라는 탄소 배출 문제를 자동차 시장 진입의 레버리지로 활용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규칙 자체를 바꾸었고, 레고는 플라스틱 완구를 생분해성 바이오소재로 대체하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극대화했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그린워싱(Greenwashing) 전략을 통해 ’보여주기식 ESG’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투명성과 정량 데이터 기반 ESG 평가 시스템이 확산되며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수입 상품의 탄소 배출량을 과세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는 단지 환경 규제가 아니라, 기후 정책이 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더 높은 진입 장벽에 직면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성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이며, 이를 무시하는 기업은 기후 리스크에 노출될 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신뢰, 고객의 충성도, 규제 환경 적응력 등 핵심 경쟁력을 동시에 상실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다.

11.7.1 세계 경제 불평등

세계 경제 불평등은 단순한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구조와 외국인 직접투자, 통상정책, 그리고 기업의 전략적 결정이 긴밀히 얽혀 있는 복합 현상이다.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화는 수억 명을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과 배제가 구조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1990년대 이후 극빈층의 비율은 급속히 감소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은 수출지향 제조업을 통해 대규모 도시화와 고용창출을 달성하며 중산층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하루 $1.90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는 글로벌 기업의 오프쇼어링, 값싼 노동력에 대한 수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무역 장벽 완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였다.

그러나 이런 진전에도 불구하고 세계 상위 10%가 전체 부의 76% 이상을 소유하는 현재의 구조는 단순한 수치 이상으로 글로벌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COVID-19 팬데믹은 이러한 불평등 구조를 더욱 심화시켰다. 디지털 인프라가 갖춰진 고소득 국가의 다국적 기업은 재택근무와 온라인 소비 확산의 수혜를 입은 반면, 비공식 고용에 의존하던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은 일자리와 생계를 동시에 잃었다. 특히 여성과 청년, 이주노동자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오프쇼어링 대신 리쇼어링이나 니어쇼어링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는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지만, 그 결과로 저소득 국가의 일자리 창출 기회는 제한되고, FDI 유입도 둔화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2022)은 자국 내 제조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의 수출 기반 약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기업의 역할은 단지 임금 지급을 넘어서야 한다. 유니레버는 방글라데시에서 여성 노동자를 위한 보건교육과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하면서 생산성과 이직률을 동시에 개선했다. 파타고니아는 공급망 전체에서 공정 무역 인증을 받은 생산시설만을 이용하며, 실제 임금 상승을 유도했다. 이는 단기적인 비용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와 직원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기반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글로벌 기업은 낮은 단가를 이유로 노동권 보호가 미비한 지역에 생산을 집중시키며 ’책임의 외주화(responsibility outsourcing)’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전자제품, 패션, 가공식품 산업은 공급망 하단에서의 아동 노동, 강제 노동, 극단적 저임금 문제가 상존한다.

불평등 문제는 더 이상 빈곤국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시스템의 안정성과 연결된 전략 이슈다. IMF와 세계은행조차 이제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없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게도 선택이 아닌 요구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은 더 이상 이윤을 극대화하는 존재가 아니라, 시스템 안정을 설계하는 행위자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의 전략은 단기 비용 효율성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는 도덕적 책임 이전에, 장기 경쟁우위 확보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11.8 마무리하며

이 장에서는 현대 기업이 직면하는 윤리적, 전략적 갈등을 다루며, 특히 기업 지배구조, 이사회의 역할, 그리고 이해관계자 간의 대리인 문제에 대한 논의로 시작되었다. 이사회는 CEO를 비롯한 경영진과 주주, 종업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조직의 장기적 생존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 기구다. 그러나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엔론(Enron), 월드컴(WorldCom), 와이어카드(Wirecard) 등에서 보듯 대규모 기업 스캔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

이러한 위기를 배경으로, 미국에서는 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 유럽에서는 기업지배구조 지침(Corporate Governance Directive)이 마련되어,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와 감사 기능 독립성을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이사회는 더 이상 형식적 존재가 아니라, 감시자, 조율자, 윤리적 기준 수립자로서의 실질적 역할을 요구받는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반영한 보상제도 도입 등으로 이사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동시에 기업의 윤리경영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스타벅스 등은 ESG 기준을 경영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으며, 강제력 없는 자발적 규범을 넘어 실제 의사결정과 보상체계에 이를 통합하고 있다. 반면, 최근 테슬라나 셰브론과 같은 일부 기업의 사례는 이사회가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하지 못해 갈등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한편, 기업 활동이 글로벌화됨에 따라 역외 이전(offshoring), 환경 파괴, 노동 착취, 경제적 양극화와 같은 윤리적 쟁점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와 관련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회피하거나, 글로벌 공급망을 이용해 저임금 국가의 느슨한 규제를 악용하는 관행은 기업의 책임성을 다시금 도마 위에 올리고 있다. 세계은행이나 OECD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의 공정한 납세와 공급망 투명성을 요구하는 글로벌 규범 정립을 추진 중이다.

결국, 기업의 전략은 단순히 이윤 극대화가 아닌 장기적 가치 창출과 사회적 신뢰 구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사회는 이러한 균형을 조율하는 중심축으로서, 전략의 윤리적 정당성을 보장하는 마지막 방어선이 된다. 경쟁이 치열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일수록,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정교한 전략 못지않게 윤리적 판단과 거버넌스 역량에 달려 있다.

실습 모듈 : S&P 500 ESG Risk Ratings R Shiny 실습

다음은 Kaggle.com의 Datasets에서 다운로드한 S&P 500 기업의 ESG Risk Ratings 데이터를 R Shiny를 이용해 Interactive Dashboard를 만들어 확인해보는 실습이다. 다음은 데이터에 대한 설명이다.

S&P 500 ESG Risk Ratings Page Link

이 데이터셋은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만을 독점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자, 투자자, 분석가, 정책 입안자들은 이 데이터셋을 활용하여 주요 기업들의 ESG 성과와 리스크 프로필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트렌드 탐색, ESG 평가 수행, 정보에 기반한 투자 결정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S&P 500 기업들의 지속가능성과 거버넌스 관행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이다.

- **Symbol**: 회사 고유의 주식 심볼
- **Name**: 회사의 공식 명칭
- **Address**: 회사 본사의 주요 주소
- **Sector**: 회사가 속한 경제 부문
- **Industry**: 회사가 속한 구체적인 산업 분야
- **Full Time Employees**: 회사의 정규직 직원 총수
- **Description**: 회사 핵심 사업과 활동에 대한 간결한 개요
- **Total ESG Risk Score**: 회사의 전반적인 ESG 리스크를 평가한 종합 점수
- **Environment Risk Score**: 회사의 환경 지속 가능성과 영향도를 나타내는 점수
- **Governance Risk Score**: 회사의 지배구조 품질을 반영한 점수
- **Social Risk Score**: 사회 및 직원 관련 관행을 평가한 점수
- **Controversy Level**: 회사 ESG 관행과 관련된 논란 수준
- **Controversy Score**: ESG 관련 논란의 정도를 수치화한 값
- **ESG Risk Percentile**: 다른 기업 대비 ESG 리스크 순위(백분위)
- **ESG Risk Level**: ESG 리스크 수준의 범주형 지표
- **상장코드**: 해당 기업에 고유하게 부여된 상장코드
- **회사명**: 기업의 공식 명칭
- **본사 주소**: 기업의 본사 주요 주소
- **산업 분야**: 기업이 속한 경제 분야
- **산업 부문**: 기업이 속한 구체적인 산업 부문
- **정규직 직원 수**: 기업 내 근무 중인 정규직 직원 총 수
- **설명**: 회사의 핵심 사업 및 활동에 대한 간결한 개요
- **총 ESG 위험 점수**: 회사의 전체 ESG 위험을 평가하는 종합 점수
- **환경 위험 점수**: 회사의 환경 지속 가능성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점수
- **지배 구조 위험 점수**: 회사의 지배 구조 품질을 반영한 점수
- **사회적 위험 점수**: 회사의 사회적 및 직원 관련 관행을 평가한 점수
- **논란 수준**: 회사의 ESG 실천과 관련된 논란의 정도
- **논란 점수**: ESG 관련 논란의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 값
- **ESG 위험 백분위수**: 다른 회사와 비교한 회사의 ESG 위험 순위(백분위)
- **ESG 위험 수준**: 회사의 ESG 위험 수준을 범주형으로 표시한 지표

사용법

1. R과 Shiny가 설치된 환경에서 아래의 긴 코드를 app.R 파일로 저장
2. 같은 디렉터리에 CSV 파일(SP 500 ESG Risk Ratings.csv) 저장
3. 다음 명령어로 실행:

shiny::runApp(appFile = "app.R")

app.R 파일의 내용

library(shiny)
library(tidyverse)
library(DT)

# 데이터 로드
esg_data <- read_csv("SP 500 ESG Risk Ratings.csv", show_col_types = FALSE)

# UI 정의
ui <- fluidPage(
  titlePanel("S&P 500 ESG Risk Dashboard"),
  sidebarLayout(
    sidebarPanel(
      selectInput(
        inputId = "sector",
        label = "Select Industry:",
        choices = sort(unique(esg_data$Industry)),
        selected = unique(esg_data$Industry)[1]
      )
    ),
    mainPanel(
      tabsetPanel(
        tabPanel("ESG Score Plot", plotOutput("riskPlot")),
        tabPanel("Summary Table", DTOutput("summaryTable"))
      )
    )
  )
)

# 서버 정의
server <- function(input, output, session) {
  
  # 산업 필터링
  filtered_data <- reactive({
    esg_data %>% filter(Industry == input$sector)
  })
  
  # ESG Risk 시각화
  output$riskPlot <- renderPlot({
    ggplot(filtered_data(), aes(x = reorder(Name, `Total ESG Risk score`), 
                                y = `Total ESG Risk score`)) +
      geom_col(fill = "steelblue") +
      coord_flip() +
      labs(
        title = paste("ESG Risk Score by Company in", input$sector),
        x = "Company", 
        y = "ESG Risk Score"
      ) +
      theme_minimal()
  })
  
  # 요약 테이블
  output$summaryTable <- renderDT({
    filtered_data() %>%
      select(Name, `Total ESG Risk score`, `Environment Risk Score`,
             `Social Risk Score`, `Governance Risk Score`, `Controversy Score`) %>%
      datatable(options = list(pageLength = 10))
  })
}

# 실행
shinyApp(ui = ui, server = server)

Industry를 Restaurant로 지정하고 확인한 후에, 해당 기업의 ESG risk score를 확인하고, 가장 점수가 높은 기업과 가장 점수가 낮은 기업을 포함하여 총 3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왜 ESG risk score가 이렇게 나왔을지 분석하는 프롬프트를 작성하여 GPT에 확인해보도록 한다.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결과인가? 아니라면 원인이 무엇이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 생각해보라.